
9월 2일은 정말 힘든 하루였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다시 부딪혔다는 소식이 아침부터 심상치 않더니, 장이 열리자마자 국제유가가 90달러대로 튀어 올랐고 미국 10년물 금리는 4.8%까지 뛰어 1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자리로 갔습니다. 코스피는 그대로 6,562선까지 3.99% 빠졌고, 코스닥은 사흘째 밀리며 2.10% 내렸습니다. 저는 장중 내내 호가창만 보다가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계좌가 파랗게 물드는 걸 보고 있으면 뭘 들고 있어도 피할 데가 없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싶습니다.
오른 종목이 열에 둘(상승비율 20.5%)뿐이었으니, 반도체 대형주 두 종목의 낙폭에만 거래대금의 3분의 1이 몰릴 만큼 자금도 한쪽으로 쏠렸습니다. 외국인은 현물을 크게 팔면서 선물까지 같이 던졌고, 최근 5거래일로 봐도 외국인과 기관이 나란히 계속 빠져나가는 중입니다. 솔직히 이쯤 되면 지쳐 갑니다. 그로기 상태라는 말이 딱 맞는 하루였고, 오늘 하루만 놓고 보면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런 날에 두 자릿수로 오른 종목들이 있습니다. 반도체 테스트 장비와 소부장 쪽 개별 종목들입니다. 저는 급락한 날일수록 오히려 오른 종목을 더 유심히 봅니다. 시장이 다 무너지는데 버틴 데는 이유가 있거나, 아니면 이유가 없어서 더 조심해야 하거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속은 쓰리지만 숙제는 해야 하니, 시가총액 2,000억 원 이상에서 상승률 상위 30종목을 순서대로 적습니다.
1위부터 10위까지
1위 제테마 +21.65%. 상반기 매출 361억 원에 2분기 흑자 전환이 확인된 회사인데, 이날 따로 나온 공시나 뉴스는 없었습니다. 미용·바이오 소형주들이 같이 오른 걸 보면 저가 매수와 순환매 성격이 강해 보입니다. 거래대금이 104억 원 수준이라 변동성도 큰 편입니다.
2위 디아이 +14.82%. 삼성전자 HBM4용 번인 테스터를 큰 규모로 수주했다는 소식이 확인됐고, 하나증권이 이날 새로 목표가를 제시하면서 3분기 영업이익 증익까지 전망했습니다. 반도체 대형주가 4%대로 빠지는 날 890억 원이 몰렸으니 시장이 재료를 인정한 셈인데, 하루에 15% 가까이 오른 자리라 지금 들어가기엔 늦은 감이 있습니다.
3위 한솔테크닉스 +14.16%. 반도체 밸류체인으로 묶이는 기대가 이야기되지만 이날 구체적인 공시나 뉴스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예전에도 유상증자와 공급망 이슈로 크게 흔들린 적이 있는 종목이라, 재료가 분명해질 때까지는 지켜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4위 일동제약 +13.72%. 먹는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에 다른 바이오주 강세까지 겹쳤습니다. 뉴스도 특별한 호재 없이 수급이 개선됐다고 적었습니다. 업종 대비 밸류에이션이 싸다는 점은 있지만, 재료 없이 오른 만큼 되돌림 가능성도 함께 봐야 합니다.
5위 HLB이노베이션 +13.61%. 장중에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사는 모습이 보였는데 정작 공시나 뉴스는 없었습니다. HLB그룹 전체가 신약 사업화 기대로 강했던 흐름에 얹힌 것으로 보입니다.
6위 아스플로 +12.62%. 해외 대형 장비사들의 벤더로 등록돼 2026년부터 부품 공급이 본격화되는 회사입니다. 상반기 매출이 46.7% 늘었고 7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는 자료도 있습니다. 이날 1년 최고가를 새로 썼는데, 오늘 오른 소부장 종목 중에서는 실적이 가장 뚜렷하게 뒷받침되는 쪽이라 눈여겨볼 만합니다.
7위 태웅 +11.69%. 미국 원전 업체의 4세대 소형모듈원전(SMR) 2호기 물량을 9월에 추가로 수주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재료입니다. 6월에 1호기 관련 부품을 수주한 이력이 있어 근거는 있지만, 실제 계약 공시가 나오기 전까지는 기대감이 앞서 반영된 자리입니다.
8위 엑시콘 +11.69%. 삼성전자 검사장비 수주 모멘텀에, HBM 다음 세대인 CXL 전환 수혜 기대까지 겹쳤습니다. 이날 나온 반도체 후공정 관련 리포트에서도 언급된 종목이라 논지가 뚜렷합니다.
9위 ISC +8.53%. 장 막판 외국인 매수가 들어오며 급등했고, AI·HBM용 테스트소켓 실적이 재료입니다. 8월 초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가에 오늘 종가가 이미 근접해서, 여기서부터는 목표가가 더 올라와야 추가로 갈 수 있는 자리로 보입니다.
10위 티에프이 +8.5%. 차세대 테스트 소켓 시장 진입이 부각됐습니다. 증권사가 목표가를 제시한 상태이고, 종가 대비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논지가 아직 유효합니다.
11위부터 20위까지
11위 와이씨 +7.88%와 12위 네오셈 +7.44%도 같은 흐름입니다. 와이씨는 삼성 테스터 수주 확대에 기관 매수까지 붙어 반도체 대형주와는 반대로 갔고, 네오셈은 SSD 테스터 수주가 견조하다는 코멘트에 이날 나온 CXL 리포트에서도 이익 개선 종목으로 짚혔습니다. 디아이·엑시콘·ISC·티에프이·와이씨·네오셈까지 세어 보면 오늘 상위권의 절반 가까이가 반도체 테스트 장비 한 줄로 설명됩니다. 리포트 한 편이 여러 종목을 동시에 움직인 하루였습니다.
13위 한진칼 +7.16%. 업황과는 상관없는 경영권 이야기입니다. 특정 대주주 측이 지분을 계속 늘리면서 최대주주와의 격차가 1%p도 안 되게 좁혀졌습니다. 4% 급락장에서 홀로 역주행한 이유가 이것이고, 앞으로도 추가 매집 여부에 따라 계속 흔들릴 종목입니다.
14위 저스템 +6.52%. 골든크로스가 나타났고 기관이 5거래일 연속 순매수했습니다. 증권사에서 중장기 이익 전망을 담은 리포트까지 나와서, 수급과 논지가 함께 갖춰진 편입니다.
15위 대아티아이 +6.35%. 전날에도 크게 오른 데 이어 이틀 연속 급등인데 이유는 찾지 못했습니다. 단기 수급이 쏠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6위 인텍플러스 +5.96%. 따로 나온 뉴스는 없고, 엑시콘·와이씨·ISC 같은 검사장비 흐름에 함께 올라탄 모습입니다.
17위 드림텍 +5.61%. 외국인과 기관이 6거래일 연속 함께 사고 있습니다. 공시 재료는 없지만 6일 연속이면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18위 RFHIC +5.56%. 증권사가 조만간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목표가를 유지했습니다.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크게 늘어난다는 근거에, 미국의 5G 주파수 재투자 사이클 기대까지 붙어 논지가 구체적인 편입니다.
19위 샘씨엔에스 +4.97%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 흐름에, 20위 티에스이 +4.93%는 선단 디램용 프로브카드 공급 확대로 테스트 장비 흐름에 각각 올라탄 상승입니다.
21위부터 30위까지
21위 SGC에너지 +4.62%. AI 데이터센터 임대 사업이 몇 년 뒤부터 본격적인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로 증권사 두 곳이 나란히 목표가를 상향했습니다. 급락장에서도 신사업 이야기가 먹힌 경우입니다.
22위 JB금융지주 +4.44%와 28위 메리츠금융지주 +3.51%는 금리 때문입니다. 미국 금리가 뛰면 은행 마진이 좋아진다는 기대로 방어적인 매수세가 들어왔고, JB금융지주는 기관이 8거래일, 메리츠금융지주는 4거래일 연속 순매수했습니다. 오늘 상위권에 든 대형 금융지주는 이 둘뿐이었습니다.
23위 한미사이언스 +4.37%. 외국인이 5거래일 연속 순매수했고, 자회사의 신약 기술이전 계약 소식과 그룹 차원의 사업 확대 이야기까지 겹쳤습니다. 재료가 여러 갈래라 하루짜리 상승은 아닐 수 있습니다.
24위 서부T&D +4.01%와 26위 SK디스커버리 +3.78%는 구체적인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런 종목은 그냥 올랐다는 사실만 기록해 둡니다.
25위 한솔아이원스 +3.79%.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순매수했고, 3위 한솔테크닉스와 함께 반도체 장비·검사 쪽으로 묶여 같이 움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27위 금호건설 +3.64%. 지역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기대와 대형 반도체사 공장 관련 수주, 2분기 재무구조 개선이 겹치면서 8월 한 달에만 크게 오른 종목이 오늘도 더 올랐습니다. 밸류에이션과 현금흐름 부담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어서, 저라면 여기서 새로 담기보다는 이미 들고 있는 분이 언제 정리할지를 고민할 구간으로 봅니다.
29위 브이엠 +3.14%. 반도체 식각 장비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돼 연내 품질 검증 절차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재료입니다. 30위 코미코 +3.13%는 따로 뉴스 없이 반도체 세정·코팅 밸류체인 강세에 얹힌 상승입니다.
정리
오늘 오른 30종목 중 절반 가까이가 반도체 테스트 장비와 소부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20일 동안의 흐름을 보면 그날 가장 강했던 테마가 다음 날에도 상위권에 남는 경우는 네 번에 한 번꼴밖에 안 됩니다. 오늘의 반도체 장비 강세도 하루짜리일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는 뜻입니다. 재료가 분명히 확인된 종목(디아이·아스플로·엑시콘·네오셈·RFHIC·저스템·태웅)과, 오르긴 했는데 이유를 못 찾은 종목(제테마·대아티아이·서부T&D·SK디스커버리·인텍플러스·샘씨엔에스·코미코)은 상승률이 비슷해도 전혀 다른 종목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자는 급락장에서 수급이 잠깐 쏠린 결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코스피가 20일 이동평균선 아래에서 반등을 시도하는지, 외국인이 현물과 선물을 함께 파는 흐름을 이어가는지를 우선 보려 합니다. 신용잔고가 최근 며칠 사이 계속 늘어난 상태라, 급락이 하루 더 이어지면 그 부담이 어디서 터질지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오늘처럼 시장 내실이 얇은 날은 상승률 상위에 올라온 종목이라도 재료 있는 쪽과 없는 쪽을 구분해서 보는 게 저는 늘 도움이 됐습니다. 힘든 하루였지만, 내일은 조금이라도 숨 돌릴 틈이 있었으면 합니다.

이 자료는 공개된 시장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정리한 참고용 정보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자동 수집·집계 과정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수치는 확정치와 다를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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