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기사에 「파운드리」라는 말이 빠지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따라붙고, 대만 TSMC 이야기가 나올 때도 나옵니다. 그런데 정작 그게 무엇인지를 짚고 넘어가는 글은 드뭅니다.
저는 매일 장마감 기록을 남기면서 이 낱말을 수없이 적었습니다. 적으면서도 「메모리랑 뭐가 다른 거지」가 한동안 헷갈렸습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라는데 파운드리에서는 점유율이 한 자리라는 것도 처음엔 이해가 안 됐습니다.
이 글은 그때 정리한 것입니다. 파운드리가 무엇이고, 메모리와 어떻게 다르고, 왜 한 회사가 시장의 3분의 2를 넘게 가지고 있는지를 적었습니다. 종목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 뒤에서 왜 그런지도 말씀드립니다.
파운드리 — 한 줄로
옷에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디자이너가 옷을 그리고, 봉제 공장이 그 도면대로 만듭니다. 디자이너가 팹리스, 봉제 공장이 파운드리입니다. 공장은 자기 브랜드 옷을 팔지 않습니다. 남의 도면대로 만들어 주고 삯을 받습니다.
반도체가 이렇게 갈라진 이유는 공장 짓는 값이 감당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최신 공정 공장 하나에 수십조 원이 듭니다. 설계만 잘하는 회사가 그 돈을 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설계는 설계대로, 제조는 제조대로 나뉘었습니다.
메모리와 무엇이 다른가
여기서 막히는 분이 많습니다. 우리나라가 원래 잘하던 것은 메모리이고, 파운드리는 전혀 다른 일입니다.
| — | 메모리 | 파운드리 |
|---|---|---|
| 무엇을 만드나 | 정해진 규격품 (D램·낸드) | 고객마다 다른 맞춤 칩 |
| 누가 설계하나 | 만드는 회사가 직접 | 고객이 설계해서 가져온다 |
| 파는 방식 | 만들어 두고 시장에 판다 | 주문받고 만든다 (재고가 없다) |
| 값이 정해지는 방식 | 수요·공급에 따라 출렁인다 | 계약 가공비 — 상대적으로 안정 |
| 중요한 것 | 얼마나 싸게 많이 찍나 | 고객이 믿고 맡기느냐 |
마지막 줄이 핵심입니다. 메모리는 물건 장사이고 파운드리는 신용 장사입니다. 고객이 몇 년 걸려 설계한 칩을 맡기는 일이라, 「제때 제대로 만들어 줄 것인가」가 값보다 먼저입니다. 한 번 실패하면 고객의 제품 출시가 통째로 밀립니다.
그래서 파운드리는 한번 잡은 고객이 잘 안 바뀝니다. 뒤에 나올 점유율 이야기가 왜 그 모양인지도 여기서 설명됩니다.
반도체 회사는 네 종류입니다
| 종류 | 하는 일 | 어디쯤 |
|---|---|---|
| 팹리스 Fabless |
설계만 한다. 공장이 없다 | 맨 앞 |
| 파운드리 Foundry |
남의 설계를 받아 만든다 | 가운데 (전공정) |
| OSAT 후공정 |
만들어진 칩을 포장하고 검사한다 | 뒤 (후공정) |
| IDM 종합 반도체 |
설계부터 제조까지 다 한다 | 전 구간 |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IDM이면서 동시에 파운드리를 합니다. 자기 칩도 만들고 남의 칩도 받아 만듭니다.
그런데 이게 파운드리 장사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때가 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내 설계를 맡기려는 그 회사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설계도를 넘기기가 꺼려집니다. 전문 파운드리는 이 문제가 없습니다 — 자기 제품을 안 만드니까요.
숫자로 보면 — 한 회사가 3분의 2를 넘게 가집니다
| 회사 | 순수 파운드리 점유율 |
|---|---|
| TSMC (대만) | 73% |
| 삼성전자 | 7% |
| 나머지 전부 | 약 20% |
2026년 2분기 기준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10배 차이입니다. 메모리에서 우리나라가 7할을 가진 것과 정확히 반대 모양입니다. 같은 반도체라도 메모리와 파운드리는 이렇게 다른 판입니다.

「2나노」와 「수율」이 무슨 말인가
파운드리 기사에 늘 붙어 나오는 두 낱말입니다.
「2나노」는 공정의 세대 이름입니다. 회로를 얼마나 가늘게 그리느냐를 가리키는데, 지금은 실제 치수라기보다 세대를 구분하는 이름표에 가깝습니다. 가늘수록 같은 넓이에 더 많이 넣을 수 있고, 전기를 덜 먹습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칩을 만들려는 고객은 가장 앞선 공정을 가진 곳으로 갑니다.
「수율」은 만든 것 중 쓸 만한 것의 비율입니다. 웨이퍼 한 장에서 칩을 여러 개 떼어내는데, 그중 불량이 아닌 것의 비율입니다. 이게 파운드리에서 왜 그렇게 중요하냐면 — 불량이 나와도 재료비와 공정비는 이미 다 들었기 때문입니다.
| 2나노 수율 | 현재 알려진 수준 |
|---|---|
| TSMC | 70% 안팎 — 안정 양산 궤도 |
| 삼성전자 | 55% 안팎 — 1년 전 20%대에서 크게 올라온 상태 |
웨이퍼 한 장이 수천만 원을 넘는 공정이라 수율 몇 %포인트가 연간 조 단위 이익 차이로 이어집니다. 기사에서 수율 숫자를 그렇게 자주 다루는 이유입니다.
다만 수율은 회사가 공식으로 발표하는 값이 아닙니다. 업계 추정과 언론 보도로 도는 숫자이므로, 소수점까지 믿을 값은 아니라는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요즘 기사에서 무슨 말이 오가나
최근 증권가에서 나온 전망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 보도 내용 | 무슨 뜻인가 |
|---|---|
| HBM4 매출 세 배 전망 | AI용 고성능 메모리 쪽 기대 — 메모리 이야기입니다 |
| 「파운드리까지 청신호」 | 그동안 적자이던 파운드리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
여기서 구분해 두실 것이 있습니다. 앞줄은 실적 전망이고 뒷줄은 기대입니다. 파운드리가 실제로 좋아졌는지는 고객 수주와 수율로 확인되지, 전망 보도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좋아질 것이다」와 「좋아졌다」는 다른 말입니다.
관련주 목록을 안 적는 이유
이 글에 종목 목록이 없는 것이 의아하실 수 있어 밝혀 둡니다.
저는 매일 장이 끝나면 상승률 상위 종목과 그 종목이 오른 이유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그 기록으로 「테마 재료가 뜬 날 산 사람은 어떻게 됐나」를 세어 본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 보유 기간 | 지수를 이긴 비율 |
|---|---|
| 1일 | 71% |
| 5일 | 46% |
| 20일 | 50% |
재료의 우위는 하루 정도만 관측됐습니다. 5일부터는 동전 던지기와 구별이 안 됐습니다. 뉴스가 나온 날에 맞춰 종목 목록을 적어 두면 며칠 뒤에는 틀린 글이 됩니다.
대신 「무엇인지 아는 것」은 상하지 않습니다. 파운드리가 뭔지, 수율이 왜 중요한지는 다음에 이 낱말을 다시 만났을 때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쪽을 적었습니다.
한 장 정리
| 말 | 뜻 |
|---|---|
| 파운드리 | 남의 설계를 받아 만들어 주는 반도체 공장 |
| 팹리스 | 공장 없이 설계만 하는 회사 |
| IDM | 설계부터 제조까지 다 하는 회사 |
| OSAT | 만든 칩을 포장·검사하는 후공정 회사 |
| 수율 | 만든 것 중 쓸 만한 것의 비율 — 이익이 여기서 갈린다 |
| 2나노 | 공정 세대 이름 — 가늘수록 앞선 공정 |
| 메모리와 차이 | 메모리는 찍어 파는 물건 장사, 파운드리는 맡아 만드는 신용 장사 |
이 글은 용어와 산업 구조를 정리한 것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점유율·수율 수치는 조사기관 집계와 업계 추정으로, 회사의 공식 발표가 아니며 시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자료 — 점유율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2026년 2분기 집계, 수율은 언론 보도에 실린 업계 추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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